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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도서

『토막난 우주를 안고서』 심층 분석 보고서

by echopresso2030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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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난 우주를 안고서』 심층 분석 보고서

 

『토막난 우주를 안고서』 심층 분석 보고서

개요

허블 출판사에서 발간된 SF 앤솔러지 『토막난 우주를 안고서』는 한국과학문학상 10주년을 기념하여 김초엽·천선란·김혜윤·청예·조서월 다섯 작가가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집필한 단편집이다. 작가들은 서로 사전 협의 없이도 “죽음 너머의 세계”와 “사랑”이라는 공통 주제를 환기시키며, SF라는 장르의 상상력을 확장한다.

목차 및 구성

  1. 김초엽, 「비구름을 따라서」(pp.7–55)
  2. 천선란, 「우리를 아십니까」(pp.56–115)
  3. 김혜윤, 「오름의 말들」(pp.116–155)
  4. 청예, 「아모 에르고 숨(Amo Ergo Sum)」(pp.156–210)
  5. 조서월, 「I’m Not a Robot」(pp.211–267)
    ※ 전체 324쪽 중 주요 단편 페이지 비율
 
단편별 페이지 비율 차트

주요 내용 및 분석

1. 비구름을 따라서 (김초엽)

‘비구름’은 죽은 룸메이트 이연이 보민을 자신이 머무는 사후세계로 초대하며 시작된다. 초대장에 의문을 품은 보민은 계속 변화하는 날짜와 장소를 좇으며 이연의 숨결이 깃든 ‘그곳’을 찾아 나선다. 소설은 사후세계에 대한 미스터리와 함께 기억과 애도,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2. 우리를 아십니까 (천선란)

존엄사를 앞둔 주인공이 좀비에 물려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로 살아 돌아온다. 혼수 상태에 남겨진 배우자와의 녹음기를 매개로, 좀비의 땅으로 변해버린 현실에서 지극한 고독 속에서도 드러나는 사랑의 가치를 탐색한다. SF가 공포 서사로만 머물지 않고 사랑과 연민의 보편성을 드러내는 점이 돋보인다.

3. 오름의 말들 (김혜윤)

화산 지대를 연구하던 사회학자 ‘희정’은 외계 달팽이로 추정되는 거대 생명체 ‘오름’을 학술 목적으로 탐사한다. 몸을 딛고 오르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이진법 메시지는 언어와 소통의 근원적 의미를 고찰하게 한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설정과 신비로운 서사의 결합이 탁월하다.

4. 아모 에르고 숨 (청예)

‘나’를 파괴한 사건 이후, 언어와 호흡으로 존재를 규명하려는 ‘나’의 내면 풍경을 그린다. 심장 모양을 닮은 호흡의 형상을 시적 언어로 환기하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숨’의 행위가 곧 ‘사랑’의 본질임을 암시한다.

 
아모 에르고 숨을 시각화한 이미지

5. I’m Not a Robot (조서월)

AI가 인간 사회를 대체한 미래에서, 로봇과 인간을 잇는 기술자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가장 인간적인 ‘불완전함’을 만나고, 이를 통해 사랑과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해체하며 포스트휴먼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로봇이 인간을 지켜보는 이미지를 시각화

저자 분석

     작가.                      학력·경력                                                             주요 수상 내역

 

김초엽 POSTECH 화학 및 생화학 석사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가작, 오늘의 작가상
천선란 안양예고·단국대 문예창작 석사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SF어워드 우수상
김혜윤 문학 편집자 출신 한국과학문학상 우수상, 교보문고 스토리크리에이터
청예 공공기관 근무·스토리 공모전 수상자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조서월 SF 신인상 수상·웹 연재 경력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우수상
 

독후감 

『토막난 우주를 안고서』는 다섯 작가가 서로 다른 시공간과 정서의 스펙트럼을 제시하며 SF 단편의 다채로움을 극대화한 작품집이다. 각기 다른 세계관 속에서도 “죽음 너머”와 “사랑”이라는 공통된 근심이 이질적 상황을 관통한다. 김초엽의 “비구름을 따라서”는 죽음을 매개로 한 환상적 여정을 통해 애도의 기억을 시각화하며, 보민의 불확실한 초대장은 독자로 하여금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천선란의 “우리를 아십니까”는 좀비 설정을 통해 고독과 사랑의 경계를 뒤흔들며, 혼수 상태의 내밀한 기록이 서로를 붙드는 사랑의 힘을 드러낸다. 김혜윤의 “오름의 말들”에서는 과학적 정밀함과 시적 상상이 만나 언어와 소통의 본질을 탐구하고, 외계 달팽이의 돌기가 상징하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오류와 이해 불능의 미학을 선사한다. 청예의 “아모 에르고 숨”은 호흡으로 존재 증명을 시도하는 내면의 울림을 형상화하며, 나와 타자, 그리고 숨의 동력을 ‘살아 있음’의 근원적 증거로 제시한다.

 

조서월의 “I’m Not a Robot”에서는 AI가 인간을 대체한 미래 사회에서 불완전함을 지닌 주인공이 기계와 인간의 간극을 메우며 사랑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다섯 작가는 각자의 과학적 배경과 SF적 상상력을 결합해 “죽음”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우주적 시각으로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 접근이 인간의 삶과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로 작용한다. 독자는 책장을 넘기며 스러진 영혼의 초대장부터 초거대 달팽이의 돌기, 알고리듬으로 해석되는 돌기 언어, 기계적 생존 논리와 호흡의 철학, AI와 인간 사이의 미묘한 간극 등을 체험하며 다층적 감정을 만끽할 수 있다.

 

『토막난 우주를 안고서』는 SF의 날카로운 상상이 보편적 감수성과 결합할 때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보여준다. 다채로운 시각적·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이 작품집은 SF 독자뿐 아니라, 삶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사유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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